[의료크루즈 동행 취재기] 크루즈 선상서 'K-메디컬' 미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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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제 고운세상김양제피부과 원장이 지난 19일 크루즈선 내에서 중국 승객들을 대상으로 의료 강의를 하고 있다. 민소영 기자

19일 오후 중국 상하이를 떠나 제주 인근 해역을 지나는 초호화 크루즈 선상. 6층 복도 한 쪽에 마련된 부스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세계 각지에서 온 승객들은 부산지역 의사들과 마주 앉아 1:1 의료 상담을 받았다. 이날 안과 상담을 받은 중국인 승객 치안 샤오 펀(44·여) 씨는 "크루즈에서 한국 의사들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의 명의(名醫)들이 마련한 세계 최초 크루즈 의료관광이 중국 상해에서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와 부산관광공사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세계 3대 크루즈 선사 중 하나인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의 16만 8천666t급 초호화 크루즈선인 '퀀텀 오브 더 시즈'호에서 의료미용테마크루즈 행사를 열었다.

세계 유일 '크루즈 의료'
김양제·박효순 원장 참석 
토크쇼·상담 승객 호응

대형 선사와 협력 신뢰 높아
부유층 승객 K-뷰티도 관심

행사에는 김양제피부과 김양제 원장과 누네빛안과 박효순(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 회장) 원장이 직접 승선해 부산지역 병원들의 뛰어난 의술과 시설들을 설명했다. 행사 기간 'K-Medical 토크쇼'와 상담 부스에는 수백 명의 승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크루즈 선사가 먼저 손 내밀어

이번 의료관광크루즈는 선사 측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지난해 11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지난 리우(Zinan Liu)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 중국·북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이 부산 측에 의료관광크루즈 행사를 제안했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크루즈 선사가 테마형 크루즈 상품 개발을 위해 부산 측에 먼저 의사를 타진했다는 점에서 향후 부산의 크루즈의료관광 육성에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최재형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 사무총장은 "부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크루즈와 의료관광의 융합을 시도한 도시"라면서 "이번 행사는 겨울이 비수기인 크루즈 선사의 상품 개발 목적과 부산의 의료관광크루즈 육성, 크루즈 유치 등 서로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 곧 500만 명

업계는 오는 2020년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루즈 규모도 더 커지고, 동북아 지역을 모항·기항지로 삼는 배도 더 늘어나 크루즈 관광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크루즈 업계는 수천 명 규모의 대규모 일반 단체관광객 유치에서 벗어나, 고급 승객을 대상으로 한 테마 크루즈와 소규모 VIP 투어 등의 상품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테마 상품은 특히 한류 붐을 타고 노화방지 등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높은 40~60대 부유층 승객들을 대상으로 해, 중국 시장의 인지도 상승과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행사 기간 피부과 상담을 받은 왕찡(48·여) 씨는 "대형 크루즈 선사가 운영하는 크루즈 선내에서 하는 의료 행사라 믿음이 간다"며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만족했다.

한편 이번 의료미용관광크루즈는 세계 각국의 기항지를 다니는 크루즈 내 직원들의 관심도 이끌었다. 크루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행사 기간 상담 부스를 찾아 한국 의료 기술에 대한 높은 신뢰를 확인했다.

2008년부터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에서 일하고 있는 스테판(48·루마니아) 씨는 "TV에서만 보던 한국 의사들을 크루즈에서 만난 건 놀라운 기회"라면서 "크루즈 안에 이러한 전문 의료 관광 상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내에서 의료 상담을 하고 있는 박효순 누네빛안과 원장. 민소영 기자
■부산 의료관광크루즈 어디까지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체험은 부산만의 특화된 아이템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으로 한국 의료와 미용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은 덕분이다.

현재 의료관광과 관련된 정부 지원과 환자 유치의 80%가량이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부산은 항구와 도심지를 15분이면 이을 수 있는 유일한 항만 도시라는 이점을 살려, 대형 크루즈를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퀀텀 호와 같은 16만 톤급 이상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항구는 부산항이 유일하다.

한국 국적 크루즈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하는 오는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한류와 의료 관광을 융합해, 동북아 지역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박효순 원장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크루즈 안에서 관광객들에게 간단한 시술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한류 붐과 의료관광을 결합해 한국과 부산만의 의료관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투자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하이=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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